이번에는 사회과학 분야의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독일작가 도리스 메르틴이 쓴 아비투스다. 아비투스란 개념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책 구별짓기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비투스란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이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해. 메르틴은 아비투스를 7가지 자본으로 나눈다. 그리고 7가지 아비투스는 타고나는 부분이 크지만 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1. 심리자본;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사람마다 마음의 그릇이 다르다. 힘든 일을 겪으면 좌절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복해 내는 사람도 있지.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도 있고 항상 긍정적인 사람도 있다.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 있는 사람도 있다. 인품이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누가 세상을 살기 유리할까? 당신은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가? 유명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인성논란으로 인해 커리어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인성 또한 자본이다.
2. 문화자본;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사회적 지위에 따라 기호나 취향이 다를 수 있다. 상류층의 문화자본은 고상해 보이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 고상한 건 진입장벽이 높고 실생활에 도움이 안돼 보인다. 그래서 이는 상류층으로서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이 전제되어야만 쌓을 수 있다. 갑자기 부를 이룬 벼락부자는 이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상류층의 문화자본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경제적으로 성공한다고 해도 이런 것이 어색하고 상류층 집단에서 쭈뼛댈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융화되지 못하고 튕겨나가게 된다.
3. 지식자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위로 올라가는 문을 열려면 최소한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자본이 아닐까. 특히 한국인은 지식자본에 대한 열망이 커.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시험에 통과해 입신양명한다는 신화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학위를 따고 자격증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진짜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학습하는 태도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4. 경제자본; 얼마나 가졌는가
제일 눈에 드러나는 자본이다. 경제자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수단이다. 돈이 많으면 남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돈으로 다른 자본을 강화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이 사람이 상류층이 되기 위해 주로 돈만 좇는데 돈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다. 돈을 수단으로 사용해 다른 자본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5. 신체자본;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외모는 타고나는 것이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리의 중요성 또한 크다. 정크푸드, 배달음식, 운동부족은 신체자본을 약화시킨다.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는 자본 중 하나로 보인다.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누릴 수 없다. 신체자본은 우리가 다른 자본을 키우고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본이다. 자신이 원하는 신체 조건을 유지하며 오래 살아야 한다. 즉,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면 된다.
6. 언어자본; 어떻게 말하는가
내가 쓰는 언어가 내 지위를 드러낸다. 한국인들이 가장 부족한 자본이라 생각한다. 최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와 맞물려 당당한 것과 무례하거나 수준 낮은 것이 혼용되는 것 같은데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사회는 언어자본을 키울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때는 차라리 말을 아끼는 게 도움이 된다. 상류층은 다른 사람을 존중함으로써 그들과 같은 수준임을 드러내고 품격을 높인다.
7. 사회자본; 누구와 어울리는가
사회자본은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다. 상류층에서 태어난 아기는 상류층의 모든 아비투스를 흡수하며 성장한다.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 또한 상류층이다. 상류층끼리 끊임없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이는 강력한 사회자본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를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왔다. 반면 빈곤층 자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아비투스에서 빈곤층의 아비투스를 흡수한다. 상류층으로 도약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관계는 회전교차로와 같다. 먼저 진입해서 회전 중인 차가 우선이다. 하지만 계급 상승자는 다양한 사회 계층을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또 다른 이점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동료들에게 비난도 받을 것이다. 크랩 멘털리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어부들이 잡은 게를 산 채로 그냥 바구니에 던져 넣는 것에서 유래한 용어다. 게들은 사실 바구니에서 쉽게 기어올라 탈출할 수 있다. 단, 높이 기어오른 동료를 다른 게들이 다시 아래로 끌어내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방을 통해 우리의 롤모델과 조금씩 닮아갈 수 있다. 상류층의 사회자본에 자주 노출되고 동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느낀다는 것은 내가 상류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부는 경제자본에 치우쳐져 있는데 책 아비투스는 7가지 자본을 제시하고 상류층이 따르는 각각의 자본을 얘기한다. 매우 흥미로운 책이고 부에 대해 다각적인 시각을 제시해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7가지 자본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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