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본문 바로가기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by 튼튼시니어 2023. 6. 15.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었습니다. 2017년에 나온 책입니다. 2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은 화가인데 흥미로운 점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인물(흰색 포레스터의 남자와 야윈 여자 제외)은 이름이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의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야기의 시작에서 그는 얼굴없는 남자의 초상화를 그리려 합니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얼굴 없는 남자에 대해 나오지만 얼굴 없는 결국 남자의 초상화를 완성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에게 의미를 주는 그림이 몇 있습니다. 첫째는 아사다 도모히코의 기사단장 죽이기, 그리고 주인공이 그린 멘시키의 초상화, 마리에의 초상화, 흰색 포레스터의 남자, 잡목림의 구덩이입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그림이라 치고, 멘시키의 초상화, 마리에의 초상화, 흰색 포레스터의 남자는 모두 인물을 그린 초상화인데 미완성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잡목림의 구덩이는 완성을 합니다. ) 인물이 가진 분위기는 포착했지만 얼굴은 정확히 그리지 않은 그림들입니다. 그 그림들은 주인공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관문처럼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일종의 성장을 합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인간은 모두 미완성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름이 있는 인물들과 훌륭하게 완성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 아래, 이름 없는 주인공과 그가 그린 미완성의 초상화들. 아마도 제 생각에는 미완성의 존재야말로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완성을 해버리면 대상을 하나의 형태로 규정짓는 것뿐이다. 완성된 형태는 대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화가의 세계를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화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작품을 이해하는 것인가하고 간접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과 재즈, 위스키, 팝송, 낡은 차, 육체적 관계 등 작가가 익숙하게 써온 소재가 간간히 등장해서 하루키의 팬이라면 반가울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식상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하루키의 예전 장편소설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을 때, 1q84를 읽었을 때, 이번에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었을 때의 신선함이나 감흥이 점점 줄어든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으면 그때의 감각이 떠오를지 아님 이제 제가 늙어 감각이 둔해진 건지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이번에 머리를 식힐 겸 소설을 읽었으니 투자책을 읽고 머리가 뜨거워질 때 다시 예전 하루키의 장편을 읽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728x90

댓글